부부 용돈, 각자 얼마가 적당할까

부부 재테크 프로젝트 2편 ㅣ용돈편

1편에서 공동생활비·각자 용돈·비상금·재테크로 계좌를 나누는 구조를 다뤘습니다. 넷 중에서 실제로 부부 사이에 가장 자주 부딪히는 건 의외로 액수가 제일 작은 용돈 쪽입니다. “왜 이렇게 많이 써”, “이 정도는 있어야지”로 시작하는 대화,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이번 편에서는 부부 용돈을 얼마로 정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용돈을 상징하는 지갑과 카드

처음부터 딱 정하지 말고, 몇 달은 탐색 기간으로 두세요

신혼 초라면 처음부터 정확한 금액을 정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결혼 전엔 각자 알아서 쓰던 돈이라, 합쳐서 살아보기 전에는 한 달에 실제로 얼마가 나가는지 감이 잘 안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2~3개월 정도는 확정하지 말고 탐색 기간으로 두는 편을 추천합니다. 이 기간에는 생활비 항목에 뭘 포함시킬지도 같이 정리하면서, 실제로 어떤 카테고리에 얼마가 나가는지 함께 기록해봅니다.

이렇게 관찰한 금액을 기준으로 용돈을 정하되, 너무 타이트하게 잡지 말고 조금 넉넉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빡빡하게 잡으면 몇 달 안 가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다시 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넉넉하게 시작해서 나중에 줄이는 쪽이, 처음부터 타이트하게 잡고 나중에 늘리는 쪽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수월합니다.

부부 용돈, 정해진 답은 없지만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부부 용돈 액수에 정답은 없습니다. 소득 수준, 출퇴근 거리, 취미 유무에 따라 필요한 금액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무 기준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으로 두면 매달 새로 협상해야 하고, 그 협상이 반복되면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부부 용돈을 정할 때 많이들 참고하는 방식이 실수령액 대비 비율입니다. 절대적인 공식은 아니지만, 대체로 각자 실수령액의 10~15% 안팎에서 시작해서 생활에 맞게 조정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벌이라면 두 사람의 용돈을 반드시 같은 금액으로 맞출 필요는 없고, 각자의 소득 비율에 맞춰 정하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성향이 다르면 액수보다 범위를 다르게 잡아보세요

부부가 같은 기준으로 용돈을 받아도, 소비 성향이 다르면 한쪽만 계속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액수를 무작정 올려주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먼저 용돈이 부족한 쪽이 실제로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함께 들여다보는 게 먼저입니다. 정말 필요한 지출이 늘어난 것인지, 계획 없이 쓰다 보니 부족해진 것인지에 따라 해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필요가 늘어난 것이라면 용돈 항목을 조정하면 되고, 씀씀이의 문제라면 액수를 올리기보다 그 안에서 스스로 조절해볼 기회를 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낫습니다. 성향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른 것이니,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각자의 성향을 인정한 채로 액수나 범위를 조정하는 쪽이 다툼을 줄입니다.

용돈과 생활비, 경계를 먼저 그어두세요

다툼은 대체로 액수보다 “이게 용돈에서 나가는 지출이냐 아니냐”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금액을 정하기 전에 항목부터 나눠두는 게 순서상 먼저입니다.

보통 용돈으로 분류되는 건 개인 옷·미용, 친구와의 모임, 취미 활동, 개인 구독 서비스 같은 것들입니다. 반대로 공동생활비로 남겨야 하는 건 부부가 같이 먹는 식비, 공과금, 주거비, 공동으로 쓰는 자동차 유지비 같은 항목입니다. 애매한 것도 있습니다. 개인 병원비나 자기계발 비용은 부부마다 기준이 다른데, 이런 항목은 아예 “우리는 이건 용돈에서, 이건 비상금에서”라고 미리 정해두면 매번 다시 논쟁할 일이 없습니다.

부부 용돈 범위 참고 계산기
본인 월 실수령액을 입력해보세요
월 실수령액
※ 10~15%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참고용 범위입니다. 출퇴근비, 개인 대출 상환 등 고정으로 나가는 개인 지출이 있다면 그만큼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신혼 때 정한 구조가 평생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특히 아이가 생기면 지출 자체가 크게 늘어나는데, 그 늘어난 몫을 어디서 충당할지 다시 정하지 않으면 결국 용돈에서 조용히 깎여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용품이나 병원비처럼 새로 생긴 항목을 공동생활비에 넣을지, 새로운 항목으로 따로 뺄지부터 다시 의논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육아휴직이나 시간제 근무로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라면, 용돈 비율도 소득이 아니라 그 시기의 상황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출산뿐 아니라 이직, 대출 시작처럼 지출 구조가 바뀌는 시점마다 한 번씩 다시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정해진 용돈 대신 다른 방식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각자 용돈을 따로 정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이야기했지만, 다른 방식도 있습니다. 한쪽이 일정 금액을 상대에게 주고, 받는 쪽이 그 안에서 생활비와 개인 재테크까지 알아서 하는 “위임형” 구조입니다. 이 경우 받는 금액은 순수한 생활비보다는 넉넉하게 책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안에 본인의 저축이나 투자 몫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금액 안에서 알아서 운용하는 방식이라, 매달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 서로 보고할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식비도 꼭 공동 예산에서만 해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식자재나 기호품이 다르다면, 그런 항목은 각자의 개인 돈으로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굳이 “이건 왜 산 거야”라는 대화를 피할 수 있고, 사소한 걸로 부딪힐 일이 줄어듭니다.

용돈을 다 못 쓰면 어떻게 할까요

의외로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매달 남는 용돈을 그냥 계좌에 쌓아두는 사람도 있고, 다음 달로 이월하지 않고 개인 저축이나 투자로 돌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한 가지는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남은 용돈이 결국 “내 개인 자산”인지, 아니면 “부부 공동 자산의 일부”인지입니다. 이 부분을 애매하게 두면, 나중에 목돈이 필요할 때 그 돈을 누구 마음대로 쓸 수 있는지를 두고 다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용돈 자체를 아예 안 정하고 지내는 부부도 있습니다. 소득이 넉넉하거나, 서로 소비 성향이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경우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처음엔 번거롭더라도 액수를 정해두는 쪽이 장기적으로는 다툼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정해진 범위가 있으면 “이번 달엔 이 정도 썼구나” 하고 스스로도 감을 잡기가 쉬워집니다.

부부 용돈은 금액보다 “정해진 범위 안에서는 서로 묻지 않는다”는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액수를 너무 빡빡하게 잡으면 결국 어기게 되고, 어기는 게 반복되면 계좌를 나눈 의미가 없어집니다. 처음엔 조금 넉넉하게 잡고, 몇 달 지내보면서 실제 씀씀이에 맞게 줄이거나 늘리는 쪽을 추천합니다.

용돈 액수를 두고 매번 다투게 된다면, 금액보다 대화 방식을 먼저 점검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왜 이렇게 많이 썼어”로 시작하면 추궁이 되지만, “요즘 용돈이 부족한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더 나가는지 같이 봐볼까”로 시작하면 같은 얘기도 다르게 흘러갑니다. 정해진 금액 자체보다, 그 금액을 어떻게 함께 조정해나가는지가 더 오래가는 습관을 만듭니다.

부부마다 방식이 다른 이유

용돈이나 통장을 나누는 방식에 정답이 없는 이유는, 부부가 살아가는 구조 자체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한쪽이 바깥일로 소득을 만들고, 다른 한쪽이 그 안에서 살림을 규모 있게 꾸리는 역할 분담이 흔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돈 관리의 주체가 자연스럽게 한 사람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맞벌이가 늘고 각자의 경제적 독립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통장을 각자 관리하거나 생활비만 공동으로 하고 나머지는 나누는 혼합형이 더 흔해졌습니다. 어느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예전 방식이 대화 없이도 그럭저럭 굴러갔다면, 지금 방식은 서로 이야기하고 맞춰가야 굴러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결혼 전 서로의 빚과 자산을 어디까지 공개하고 시작하면 좋을지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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