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연말정산, 의료비와 인적공제 누구에게 몰아줄까

부부 재테크 프로젝트 18편 ㅣ세금편

“인적공제는 소득 많은 쪽으로, 의료비는 소득 적은 쪽으로.” 맞벌이 부부 연말정산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항상 따라붙는 정리입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자녀가 있으면 이 두 문장을 동시에 지킬 수가 없습니다. 자녀 의료비는 그 자녀를 인적공제로 올린 사람만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부부가 함께 볼 항목을 정리했습니다. 이번 편부터는 주제를 바꿔서, 부부라서 챙길 수 있는 세금과 제도를 다룹니다. 첫 번째가 연말정산입니다.

연말정산은 1월에 서류를 내는 일처럼 보이지만, 결과를 바꾸는 결정은 대부분 그 전에 끝나 있습니다. 자녀를 누구 앞으로 올릴지, 병원비를 누구 카드로 낼지 같은 것들입니다. 12월 31일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맞벌이 부부 연말정산 서류를 정리하는 모습

부부는 서로를 부양가족으로 올릴 수 없습니다

전제를 하나 정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인적공제(기본공제)는 부양가족 한 명당 150만원을 소득에서 빼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부양가족으로 올리려면 그 사람의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근로소득만 있다면 총급여 500만원 이하입니다.

맞벌이라면 양쪽 다 이 기준을 넘습니다. 그래서 배우자를 인적공제로 올릴 수 없습니다. 부부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건 자녀와 부모님뿐입니다.

여기서 헷갈릴 만한 뉴스가 있습니다. 2026년 8월 세제개편안에 이 소득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다만 아직 적용되지 않습니다.

구 분지금 적용되는 기준개 정 안
연간 소득금액100만원 이하300만원 이하
근로소득만 있을 때 총급여500만원 이하750만원 이하

개정안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시작하는 과세기간부터 적용됩니다.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2028년 초에 하는 연말정산부터라는 뜻입니다. 지금 준비하는 연말정산에는 100만원 기준이 그대로입니다. “완화됐다”는 기사만 보고 배우자를 올리면 나중에 가산세를 물 수 있습니다.

인적공제는 소득이 높은 쪽이 유리합니다

자녀나 부모님을 누구 앞으로 올릴지가 첫 번째 갈림길입니다. 원칙은 세율이 높은 쪽입니다.

인적공제는 세액공제가 아니라 소득공제입니다. 세금을 직접 깎는 게 아니라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과세표준)을 낮춥니다. 소득세는 과세표준이 높아질수록 세율이 계단식으로 오르기 때문에, 같은 150만원이라도 높은 계단에 있는 사람에게서 빼야 줄어드는 세금이 큽니다.

과세표준세율
1,400만원 이하6%
1,400만원 초과 ~ 5,000만원 이하15%
5,000만원 초과 ~ 8,800만원 이하24%
8,800만원 초과 ~ 1억 5,000만원 이하35%

과세표준이 6,000만원인 사람과 3,000만원인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자녀 한 명을 올렸을 때 줄어드는 세금은 앞사람이 36만원(150만원 × 24%), 뒷사람이 22만 5천원(150만원 × 15%)입니다. 차이는 13만 5천원이고, 지방소득세 10%가 따로 붙으니 실제로는 조금 더 벌어집니다.

의료비는 소득이 낮은 쪽이 유리합니다

의료비는 반대입니다. 이유는 세율이 아니라 문턱에 있습니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쓴 돈 전부가 아니라 총급여의 3%를 넘는 금액부터 계산합니다. 총급여가 낮을수록 이 문턱이 낮아지니, 같은 금액을 써도 공제받는 몫이 커집니다.

 총급여 5,000만원총급여 3,000만원
3% 문턱150만원90만원
의료비 200만원 중 공제 대상50만원110만원
돌려받는 세금 (15%)7만 5천원16만 5천원

같은 200만원인데 두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반대로 3%를 못 넘게 썼다면 어느 쪽이든 공제가 0원입니다.

공제율은 15%이고 한도는 연 700만원입니다. 다만 본인·65세 이상·장애인·6세 이하·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자의 의료비는 한도가 없습니다. 난임시술비는 30%, 미숙아·선천성이상아 의료비는 20%로 공제율이 더 높고 역시 한도가 없습니다. 산후조리원 비용은 출산 1회당 200만원까지 인정됩니다. 진료비 외에 어떤 항목이 들어가는지는 의료비·건강검진비 관리 편에 정리해두었습니다.

자녀 의료비는 인적공제와 묶여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연말정산에서 가장 많이 어긋나는 곳이 여기입니다. 앞의 두 원칙이 충돌하는 데다, 배우자와 자녀의 규칙이 서로 다릅니다.

배우자 의료비는 자유롭습니다. 의료비 공제는 나이와 소득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맞벌이라 서로를 부양가족으로 못 올려도 배우자를 위해 쓴 의료비는 실제로 지출한 사람이 공제받습니다. 남편 병원비를 아내가 냈다면 아내가 공제받습니다.

자녀 의료비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의 기본공제 대상자를 위해 쓴 의료비는 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인적공제로 올린 쪽이, 자기가 지출한 의료비만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사고가 여기서 납니다. 남편이 자녀 인적공제를 받고 아내가 아이 병원비를 냈다면, 둘 다 공제를 못 받습니다. 남편은 지출한 사람이 아니고, 아내는 남의 기본공제 대상자를 위해 쓴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 의료비자녀 의료비
누가 공제받나실제로 지출한 사람자녀를 인적공제로 올린 사람
인적공제와 연결되나연결 안 됨연결됨
한쪽으로 몰 수 있나가능인적공제와 같은 쪽으로만

맞벌이 부부 연말정산, 이 순서로 정하면 됩니다

원칙을 알아도 우리 집 답은 계산해봐야 나옵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지난해 자녀 의료비 총액부터 봅니다.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에서 자녀 이름으로 조회하면 한 해 합계가 나옵니다. 이 숫자가 갈림길입니다.
  2. 자녀 의료비가 적은 집이면 자녀는 소득 높은 쪽으로. 어차피 3% 문턱을 못 넘어 의료비 공제가 0원이라면 인적공제 이득만 따지면 됩니다.
  3. 자녀 의료비가 많은 집이면 낮은 쪽도 계산해봅니다. 인적공제에서 손해 보더라도 의료비에서 더 크게 돌려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4. 자녀를 올린 쪽 카드로 아이 병원비를 결제합니다. 반대가 되면 앞에서 본 사고가 그대로 납니다. 소아과·치과 결제 카드를 한 장으로 고정해두면 간단합니다.
  5. 배우자 병원비는 따로 생각합니다. 인적공제와 무관하니 소득이 낮은 쪽이 결제하면 됩니다.

계산이 부담스러우면 직접 안 하셔도 됩니다. 홈택스 「편리한 연말정산」에 맞벌이 근로자 절세 안내가 있습니다. 부부가 부양가족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세금을 계산해서 어느 조합이 유리한지 알려줍니다.

쓰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부부가 각자 홈택스에서 공제신고서를 작성하고 예상세액 계산하기까지 누릅니다. 그다음 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맞벌이 근로자 자료제공 동의를 받습니다. 배우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고 동의하면 됩니다. 상대의 총급여 같은 상세 자료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신용카드는 또 다른 계산입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도 문턱이 있습니다. 총급여의 25%를 넘게 쓴 금액부터 계산하니, 여기도 소득이 낮은 쪽이 문턱을 넘기 쉽습니다. 다만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첫째, 공제는 카드 명의자가 받습니다. 가족카드를 남편이 결제해도 아내 명의 카드로 쓴 금액은 아내 공제입니다. “몰아준다”는 건 결제 계좌를 바꾸는 게 아니라 어느 명의의 카드를 꺼내 쓰느냐를 바꾸는 일입니다.

둘째, 한도가 있습니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면 300만원, 초과하면 250만원입니다. 전통시장·대중교통·도서공연 사용분에는 별도 한도가 더 있습니다. 낮은 쪽 한도를 이미 채웠다면 더 몰아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덧붙이면 의료비는 신용카드 공제와 중복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로 낸 병원비는 양쪽에 다 들어갑니다. 반대로 보장성보험료와 기부금은 카드로 내도 신용카드 공제에는 잡히지 않습니다.

계산보다 오래 남는 것

연말정산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 세율 계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집 한 해 병원비가 얼마인지, 어느 쪽이 어느 세율 구간에 있는지, 카드값이 누구 이름으로 찍히는지 — 이 세 가지부터 파악이 안 되면 계산은 시작도 못 합니다. 절세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앞선 편들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숫자로 적어보고 한 달에 한 번 같이 들여다보는 일과 같은 종류입니다. 다만 연말정산은 결과가 환급금으로 돌아온다는 게 다릅니다. 몇만 원일 수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몇만 원입니다.

세법은 해마다 조금씩 바뀝니다. 여기 적은 기준은 지금 시행 중인 것이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달라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의료비가 특히 많았던 해라면 홈택스 절세 안내로 직접 돌려보시고, 판단이 애매하면 회사 연말정산 담당자에게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부부가 각각 ISA 계좌를 열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넣을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 계좌라, 부부라는 조건이 그대로 이점이 되는 몇 안 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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