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농지전수조사 편에서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농지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예고해드렸습니다. 이번 편은 그 이후 얘기입니다. 처분명령까지 실제로 나온 경우, 순서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벗어날 방법은 뭐가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처분명령부터 이행강제금까지, 진행 순서
정당한 사유 없이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는 사실이 확인되면 처분명령이 나옵니다. 불법으로 다른 용도로 바꿔 쓴 경우라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라는 원상회복명령이 먼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정해진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이행강제금 부과를 예고하고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준 뒤 부과처분 고지서를 보냅니다. 사전통지 단계의 의견제출은 억울한 사정이나 예외 사유를 소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니, 고지서가 오기 전 이 단계부터 챙기는 게 낫습니다. 고지서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시작됩니다.
농지이행강제금, 얼마를 내야 하나
농지이행강제금은 감정가나 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입니다. 1억원짜리 농지라면 2,500만원입니다. 한 번 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처분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매년 최대 1회씩 반복해서 부과됩니다. 다만 지난 편에서 짚었듯 이건 매년 새로 부과되는 벌금이지, 퍼센트가 누적돼 몇 년 뒤 소유권이 자동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닙니다.
계속 방치할 때 실제로 나가는 돈으로 보면 감이 더 잘 잡힙니다. 1억원짜리 농지를 3년째 방치했다면 해마다 2,500만원씩 총 7,500만원을 이행강제금으로 낸 상태입니다. 반면 첫해에 처분명령을 이행하거나 농지은행에 위탁했다면 이 돈은 애초에 나가지 않았을 돈입니다. 매년 새로 부과된다는 건 그만큼 빨리 정리할수록 손해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의신청, 이렇게 합니다
부과처분을 고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군청에 직접 방문해 제출하거나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의를 제기하면 지자체가 곧바로 관할 법원에 통보하고, 법원은 일반 행정소송이 아니라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른 과태료 재판에 준하는 절차로 심리합니다. 절차가 다르니, 이의신청을 준비할 때 이 점을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게 낫습니다.
상속농지라면 판례부터 확인하세요
상속받은 농지가 있다면 꼭 알아둘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 2월 14일 선고한 판결(2017두65357)에서 상속으로 취득한 1만㎡(1㏊) 이하의 농지는 농지법상 처분의무 조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고 있어도, 이 규모 이하의 상속농지라면 애초에 처분의무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판례는 상속농지 실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내가 물려받은 농지가 1㏊를 넘는지부터 확인해보시는 게 순서입니다. 면적은 등기부등본이나 토지대장에서 확인할 수 있고, 여러 필지를 상속받았다면 합산 기준을 어떻게 볼지 관할 기관에 함께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그래도 계속 방치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의신청도 안 하고 이행강제금도 계속 안 내면 「지방행정제재·부과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제징수 절차로 넘어갑니다. 재산을 압류하고 매각해서 밀린 금액만큼 충당하는 방식입니다(지난 편에서 다룬 대로, 압류 대상이 꼭 그 농지 자신은 아닐 수 있고 남는 돈은 돌려받습니다). 실제로 원상회복명령을 여러 차례 받고도 계속 이행하지 않아 처분명령에 더해 형사고발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5년 6월 20일 선고, 2024누13381). 한두 번 통지를 놓치는 것과 끝까지 방치하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하나입니다
- 고지서를 받으면 30일 이내 이의신청 여부부터 판단합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이 단계에서 다퉈볼 수 있습니다.
- 상속농지라면 1㏊ 이하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해당되면 처분의무 자체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 이의신청을 안 하기로 했다면,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하게 임대하는 쪽으로 자진 정비합니다. 이행강제금은 명령을 지키는 순간부터 더는 부과되지 않습니다.
- 자진 정비가 어렵다면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를 위탁합니다. 지난 편에서 다룬 대로 처분 유예를 받는 실질적인 경로입니다.
- 혼자 판단하기 애매하면 미루지 말고 변호사나 행정사, 관할 기관에 문의합니다. 방치가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농지이행강제금은 분명 무서운 액수입니다. 하지만 30일 이의신청 기간, 상속농지 1㏊ 이하 판례, 농지은행 위탁이라는 세 가지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정작 위험한 건 액수 자체보다, 고지서를 받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몇 년을 흘려보내는 쪽입니다.
이 글의 법령·판례 정보는 2026년 9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의 처분의무 해당 여부와 이의신청 성공 가능성은 농지 규모·경작 이력·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고지서를 받으셨다면 관할 시·군·구청, 한국농어촌공사, 또는 부동산·행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