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라는 말은 자주 듣지만, 정작 노후준비를 하려고 하면 헷갈리는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기대수명은 몇 살이고, 정년은 몇 살이고, 실제로 사람들은 몇 살에 그만두고, 연금은 언제부터 받나요. 이 넷은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기대수명 83.7년, 그런데 다들 53세에 퇴직합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OECD 평균(81.2년)보다도 2.5년 깁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통계청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55~79세가 생애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53.0세였습니다. 55~64세 그룹만 보면 더 낮아서 49.0세, 그중 55~59세는 46.6세에 그쳤습니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실제로 그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비율은 13.2%뿐입니다. 나머지는 사업 부진·휴폐업(24.9%), 건강 악화(22.1%), 가족 돌봄(15.2%) 같은 이유로 정년보다 훨씬 일찍 밀려납니다.
흥미로운 건 정작 고령층 스스로는 더 오래 일하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몇 살까지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평균 73.6세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일하고 싶은 나이와 실제로 그만두는 나이 사이에 20년 넘는 간극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순수하게 일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노후준비가 부족해서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생활비 보탬이 53.4%로 가장 컸고, 일하는 즐거움은 36.7%였습니다. 다만 추세를 보면 생활비 보탬 비중은 2019년 60.2%에서 계속 줄어드는 중이고, 일하는 즐거움 비중은 2021년 33.1%에서 계속 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절반 넘게는 경제적 필요 때문이지만, 그 비중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함께 짚어볼 만한 변화입니다.
게다가 기대수명 전체가 다 건강하게 사는 기간도 아닙니다. 다소 오래된 자료(2009년 기준)이긴 하지만,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사이에 약 8년의 격차가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오래 사는 기간만큼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기간도 함께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 노후준비를 소득 공백만이 아니라 의료비·간병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년 65세 연장,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간극을 줄이자는 취지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2026년 3월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고 단계적 65세 연장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가장 유력한 안은 2029년 61세를 시작으로 2년마다 1세씩 올려 2037년 65세로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건 아직 국회를 통과한 확정 법이 아니라 추진 단계입니다. 정년연장과 자주 함께 언급되는 계속고용제도는 다른 개념입니다. 정년연장은 법으로 모든 사업장에 65세 정년을 강제하는 방식이고, 계속고용제도는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중 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이라 강제력이 약합니다.
국민연금은 이미 65세로 확정돼 있습니다
정년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이미 오래전에 법으로 확정돼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출생연도별 수급개시연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생연도 | 수급개시연령 |
|---|---|
| 1953~1956년생 | 61세 |
| 1957~1960년생 | 62세 |
| 1961~1964년생 | 63세 |
| 1965~1968년생 | 64세 |
| 1969년생 이후 | 65세 |
법정 정년(현재 60세, 논의 중인 안은 65세)과 연금 수급 시작 나이(단계적으로 65세) 사이에 소득 공백이 생기는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정년연장 논의가 나오는 이유도 결국 이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노후준비는 이 공백을 메우는 일입니다
정년이 60세든 65세든, 실제 퇴직은 그보다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본 통계처럼 53세, 심지어 49세에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5세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 넘게 소득이 끊긴 채 버텨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년연장이 국회를 통과하든 안 하든, 이 공백을 개인이 메울 준비를 해두는 것과 안 해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서 다룬 복리와 목표 기간별 자산배분, IRP 같은 계좌들이 결국 이 소득 공백을 메우는 도구입니다.
확인해볼 순서
- 내 출생연도 기준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을 확인합니다. 61세부터 65세까지 출생연도별로 다릅니다.
- 주된 직장에서 실제로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가늠해봅니다. 평균 53세라는 숫자를 참고하되, 업종·직군마다 편차가 큽니다.
- 퇴직 시점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의 공백 기간을 계산해봅니다. 이 기간에 필요한 생활비와 예상되는 의료비를 합친 금액이 노후준비의 실제 목표액입니다.
- 그 공백을 메울 수단(퇴직금·개인연금·투자자산)을 미리 정해둡니다. 공백이 닥친 뒤에 준비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100세시대라는 말은 오래 산다는 뜻이지, 오래 벌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년까지 다니다 은퇴하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면, 평균 53세라는 숫자가 그 계획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에서 노후준비는 시작됩니다.
이 글의 정년연장 관련 내용은 2026년 9월 기준 추진 중인 입법 방안이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시기와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니, 확정된 제도처럼 미리 계획을 세우지는 않으시길 권합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등 본인에게 적용되는 정확한 기준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