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부터 226만 2,605명에게 3조 760억원이 풀렸습니다. 병원비를 많이 쓴 사람에게 초과분을 돌려주는 본인부담상한제 사후정산 얘기입니다. 안내 문자나 우편물을 받고 나서 문득 궁금해지실 수 있습니다. 이런 제도, 한국에만 있는 걸까요. 본인부담상한제 외국 사례를 찾아보니 일본과 독일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었는데, 상한을 정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꽤 달랐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 자체를 신청하는 법은 이전 글에서 다뤘으니, 이번 편은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한가”와 “다른 나라는 어떻게 설계했나”에 집중합니다.

큰 병에 걸리면 치료비보다 그 치료비를 감당하다 가계가 무너지는 게 더 무서운 결과입니다. 실제로 중증질환 하나로 몇 달 새 저축이 바닥나고 빚까지 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 외국 어디를 봐도, 이 “의료비발 가계 파산”을 막겠다는 목적 자체는 같습니다. 다만 그 선을 어디에 어떻게 긋느냐, 즉 소득 구간으로 나눌지 비율로 정할지 민간보험에 맡길지가 나라마다 다른 것입니다.
한국은 소득 10분위로 상한액을 나눕니다
한국의 본인부담상한제는 소득을 10개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마다 연간 상한액을 다르게 정합니다. 2025년 진료분 기준으로 소득 1분위는 89만원, 10분위는 826만원이 상한입니다. 요양병원에 120일 넘게 입원한 경우는 별도 구간이 있어 최대 1,074만원까지 올라갑니다. 1년 동안 여러 병원에서 쓴 본인부담금을 다음 해 8월에 전부 합산해서, 상한을 넘은 만큼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돌려줍니다. 이번에 지급된 3조 760억원 중 67%가 65세 이상에게 갔다는 점도, 의료비 부담이 어느 연령대에 몰려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일본은 소득구간별 월 상한, 계산식이 다릅니다
일본에는 고액요양비제도(高額療養費制度)가 있습니다. 한국처럼 연 단위로 합산하는 게 아니라 월 단위로 상한을 계산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70세 미만이면서 연소득 370만~770만엔 구간에 해당하면, 한 달 상한이 8만 100엔에 그 달 진료비가 26만 7천엔을 넘는 부분의 1%를 더한 금액입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상한이 더 낮게 잡힙니다. 최근에는 의료비 증가를 이유로 2026년 8월부터 소득구간별 상한액을 4~7% 올리는 개편이 논의되고 있어, 상한제가 있다고 해서 부담이 고정된 건 아니라는 점도 함께 보입니다.
독일은 아예 소득의 2%로 못박아 둡니다
독일의 상한선(Belastungsgrenze)은 훨씬 단순합니다. 연간 가구소득의 2%를 넘는 본인부담금은 면제되고, 만성질환자라면 그 기준이 1%로 더 낮아집니다. 소득분위표 없이 소득에 정해진 비율 하나만 곱하면 되니 계산이 직관적입니다. 다만 진료를 받을 때마다 진료비의 10%를 정률로 내고, 여기에 건당 최대 10유로의 정액 부담까지 별도로 붙는 이중 구조라, 상한선에 닿기 전까지 체감하는 부담은 한국보다 촘촘하게 쌓이는 편입니다.
프랑스는 상한제 대신 보완보험으로 메웁니다
프랑스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국가가 정한 연간 상한액이라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은 대신, 대다수 국민이 민간 보완보험인 뮤추엘(mutuelle)에 가입해서 공보험이 못 채운 부분을 이 보험이 메웁니다. 상한을 국가가 숫자로 정해주는 대신, 국민 각자가 보완보험을 얼마짜리로 들었느냐에 따라 실제 부담이 갈리는 구조입니다. 국가가 상한선을 보장하는 한국·일본·독일과, 민간보험으로 위험을 나눠 지는 프랑스 사이에는 제도 설계의 철학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 외국 사례, 네 나라 표로 비교하면
| 국가 | 상 한 기 준 | 계 산 단 위 |
|---|---|---|
| 한국 | 소득 10분위별 정액(89만~1,074만원) | 연 단위 사후정산 |
| 일본 | 소득구간별 정액+초과분 1% | 월 단위 |
| 독일 | 가구소득의 2%(만성질환자 1%) | 연 단위 비율 |
| 프랑스 | 국가 상한 대신 민간 보완보험 | 보험 가입 조건에 따라 다름 |
계산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세 나라(한국·일본·독일) 모두 “의료비가 가계를 무너뜨리는 지점”에서 국가가 선을 긋는다는 원리는 같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 외국 사례를 놓고 보면, 한국의 소득 10분위 방식이 유별난 게 아니라 여러 설계 중 하나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제도, 이것부터 확인하면 됩니다
- 비급여·선별급여·상급병실료는 애초에 상한액 계산에서 빠집니다. 실손보험이 따로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지급동의계좌를 등록해뒀는지 확인합니다. 등록돼 있으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들어옵니다.
- 등록이 안 돼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를 받은 뒤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안내문이나 문자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 본인 소득분위와 해당 연도 상한액을 홈페이지나 고객센터(1577-1000)로 확인합니다. 매년 기준이 바뀌기 때문에 작년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어느 제도가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속한 나라의 기준부터 정확히 아는 게 먼저입니다. 올해 8월 안내문을 받으셨다면, 상한액이 얼마였는지와 초과분이 정확히 돌아왔는지부터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해외 제도 정보는 2026년 9월 기준으로 조사한 내용이며, 각국 제도는 개정될 수 있고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국가·가입 보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 본인부담상한제의 개인별 정확한 적용 여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을 통해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